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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서울을 찾은 태양의서커스 ‘쿠자(KOOZA)’가 잠실종합운동장 빅탑에서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2007년 초연 이후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800만 명 이상이 관람한 대표작으로, 2018년 국내 초연 당시 서울에서만 20만5000명을 동원하며 258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 이번 내한 역시 가족 단위부터 다양한 관객층이 찾고 있는 가운데, 아티스트들은 각자의 역할을 통해 ‘쿠자’가 지닌 세계관과 퍼포먼스의 매력을 전하고 있다.



ⓒ알렉산더·닌진·마크
릴박스

‘쿠자’의 서사는 순진무구한 인물이 기묘한 상자 속 세계로 빨려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작품은 강함과 연약함, 혼란과 조화 같은 상반된 감정과 분위기를 넘나들며 정체성·인식·힘이라는 주제를 비주얼과 퍼포먼스로 탐구한다. 놀라움과 긴장감, 스릴을 결합한 연출을 통해 관객이 이국적인 세계에 몰입하도록 구 백경게임 성된 것이 특징이다.
‘쿠자’라는 제목은 산스크리트어 코자(koza)에서 유래한 것으로, ‘상자’ 또는 ‘보물’을 의미한다. 작품의 핵심 콘셉트인 ‘상자 안의 서커스’를 반영해 선택된 이름이다.
이 세계를 관통하는 이노센트(Innocent)를 맡은 알렉산더는 모든 사건의 출발점이 되는 존재로, 낯설고 불규칙한 세계를 통과 뽀빠이릴게임 하며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캐릭터를 섬세한 표정과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혼란스럽고 우스꽝스러운 면을 지닌 킹(King)을 연기하는 마크는 광대술의 본질을 상징한다. 스스로는 대장이라 여기지만 실제로는 어딘가 부족해 엇나간 행동으로 사고를 일으키는 조형적 캐릭터다.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왕관과 만화적 외형, 과장된 제스처는 작품 특유의 유머 황금성릴게임 와 혼란을 강화한다.
여기에 컨투션(Contortion) 퍼포먼스를 구성하는 닌진 알탄호야크를 비롯한 3인의 아티스트가 시각적 무드를 확장한다. 세 명이 한 몸처럼 움직이며 고난도의 유연성과 균형을 구현하는 장면은 ‘쿠자’만의 비현실적인 세계관을 극대화하는 핵심 퍼포먼스로 자리한다.
한국을 찾은 알렉산더, 마크, 닌진은 바다이야기온라인 관객들의 집중력과 뜨거운 반응에 기분 좋은 고양감을 드러냈다.
“한국에서 공연을 하게 돼 설?고, 굉장히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아버지와 20년 넘게 태권도를 했습니다. 한국문화에 대한 애정과 기존 문화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한국과 연결되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마크)
닌진은 15살대 외교관으로 근무하던 아버지를 따라 서울에서 1년 동안 생활했기 때문에 한국어가 유창했다.
“당시 학교에도 다니고 한국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배우게 됐어요. 그래서 이렇게 다시 한국 무대에 서게 된 게 저에게는 특별한 순간이에요. 한국에서 지냈던 기억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죠. 지금도 학창시절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 받기도 해요.”(닌진)
알렉산더는 처음 태양의서커스에 합류할 당시 곡예사로 활동했으며, 전공 역시 파워 덤블링이었다. ‘쿠자’는 그가 참여한 세 번째 작품으로, 이번 투어에서 처음으로 캐릭터 연기를 맡게 됐다. 이처럼 곡예 중심의 무대에서 캐릭터 중심의 연기로 이동한 경험은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 됐다.
“클라운과 달리 이노센트는 몸을 크게 쓰지 않고, 표정과 분위기로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 역할이라 이전에 하던 에너지 넘치는 곡예와는 전혀 다른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 역할을 맡은 지 이제 2년 정도 됐는데, 그제서야 조금씩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는 것 같아요. 연기와 광대술은 꾸준히 워크숍을 들으며 트레이닝하고 있고, 몸을 쓰는 기본적인 훈련도 계속 병행하고 있습니다. 의무는 아니지만, 매 공연에서 100%를 보여주려면 스스로 채워 넣는 과정이 필요하니까요.”(알렉산더)
알렉산더는 자신의 성격이 이노센트와는 정반대라 처음에는 캐릭터에 적응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조금만 힘을 주면 이노센트의 순수함이 깨지고, 너무 조심스럽게 접근해도 캐릭터의 본질에서 멀어지더라고요. 하이와이어 액트처럼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균형을 찾는 게 핵심이었죠. 이노센트는 순진하고 천진난만한 존재라고 생각해요. 나이나 지위와 상관없이 누구나 그런 면을 갖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매 공연마다 제 안에 있는 이노센트의 작은 이야기를 떠올리고 그 흐름을 따라 연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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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가 연기하는 킹은 ‘쿠자’에 등장하는 세 명의 클라운 중 하나로, 자신을 대장이라 굳게 믿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인물이다. 스스로의 착각 때문에 엉뚱한 상황을 만들어내거나 문제를 초래하기도 하고, 이러한 허술함이 작품의 유머와 혼란을 이끄는 핵심 요소가 된다.
캐릭터 연기에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마크는 연기와 신체 훈련이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점을 실감하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 감정과 움직임을 동시에 견인하기 위해서는 기본 체력과 신체 컨디션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이어온 트레이닝을 지금까지 유지하며, 매 공연에서 관객의 반응을 세밀하게 살피고 그에 맞춰 표현 방식을 조금씩 조율하고 있다.
“‘쿠자’를 하기 전부터 연기 트레이닝을 받아왔는데, 신체 훈련과 연기가 비슷한 성질을 갖고 있다고 느껴요. 온몸을 쓰는 작업이라 준비가 부족하면 다칠 위험도 있어 계속 근력 운동을 병행하고 있어요. 객석과 무대 사이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벽을 서서히 허물기 위해 관객 반응을 세심하게 살피며 연기를 조율하고 있어요. 반응이 매일 다르다 보니 그 속에서 새로운 걸 배우고, 스토리텔링 방식도 자연스럽게 달라지고 있습니다.”(마크)
마크는 무대 위에서 관객과 만들어내는 ‘순간의 에너지’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그의 퍼포먼스는 관객 참여에 따라 매회 다른 색을 띠는데, 이는 즉흥성과 소통을 기반으로 완성되는 ‘쿠자’만의 매력 중 하나다.
“객석을 먼저 관찰해요. 파티에 있다고 가정하고 ‘지금 대화를 나누면 재미있을 것 같은 사람’을 고르는 느낌이죠. 참여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이나 지나치게 과열된 분은 제외하고, 에너지가 잘 맞을 것 같은 관객을 찾아요. 무대 위에 오르는 순간, 그 관객은 곧 하나의 새로운 배우가 됩니다. 우리가 마음을 열수록 관객도 금세 공연에 스며들죠. 관객이 ‘처음 보는 것 같은 신선함’을 경험하길 바라고, 제가 맡은 장면은 바로 그 특별함을 끌어내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쿠자’의 매력에 대해 두 아티스트는 공통적으로 ‘전통’과 ‘가족성’을 큰 특징으로 꼽았다. 작품을 지탱하는 백스테이지의 공기부터 무대 위의 구성까지, 다른 서커스와 구별되는 쿠자만의 결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쿠자’는 오래된 서커스 전통을 그대로 품고 있는 작품이라 백스테이지 공기부터 다르게 느껴져요. 선수들이 머리·어깨·팔 순서로 몸을 푸는 전통적인 방식이 그대로 남아 있고, 아이들과 함께 트레이닝할 수 있다는 점도 한 아버지로서 굉장히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가족 친화적인 작품이라 가족 단위 관객이 많고, 여러 문화가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는 점도 쿠자의 큰 매력이에요.”(알렉산더)
“‘쿠자’는 전통 서커스와 현대 서커스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작품입니다. 수세대 동안 서커스를 이어온 가족도 있고, 서커스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무대에 오르는 아티스트도 있어요. 여러 세대가 자연스럽게 함께 공연하는 모습이 이 작품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고, 그런 점이 ‘쿠자’만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