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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8-0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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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빈지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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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0년이 지나 베이징에 왔다. 생활 방식이 완전히 바뀌어, 중국에 ‘돌아온’ 느낌이 들지 않았다. 베이징에선 모든 것이 위챗 ‘사오(? 주택구입 취득세 ·‘쓸다’라는 뜻으로 ‘QR 스캔’을 의미)‘로 통한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휴대전화부터 개통한 이유다. 한국에서 들고 온 100위안권들은 고스란히 계좌에 넣었다. 베이징 생활 석달째인 지금까지도 현금과 신용카드를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다. 직장인끼리도 명함 교환 대신 ‘사오’로 위챗 친구를 맺는다. 휴대전화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식당이나 쇼핑몰에는 현금서비스란 보조배터리 대여함이 늘 구비돼 있다.
거리에는 자동차 소음이 사라졌다. 초록색 번호판을 단 전기차들이 어림잡아 절반쯤, 비야디(BYD) 이외의 토종 자동차 브랜드가 셀 수 없이 많다. 대형 쇼핑몰 1층엔 전기차 브랜드 전시관만 최소 두세 개다. 베이징에서 현대기아차를 목격한 횟수는 한 손에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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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왕징소호 인근에 공유자전거가 줄세워져 있는 모습. 민트색은 택시 앱 디디(滴滴), 파란색은 결제·쇼핑 플랫폼 알리(Ali)가 운영한다. 실명 인증된 앱 이용자라면, 별도 앱 설치 없이 각각의 앱에서 QR코드 스캔으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베이징=이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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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가 만연하고 아무 데나 세워져 있던 낡은 철제 자전거들은 사라지고 없다. 대신 노란색, 파란색, 민트색 공유자전거가 곳곳에 줄지어 서 있다. 중국의 주요 플랫폼 3사(메이퇀, 알리, 디디)가 운영한다. 한 달 무제한 이용권이 3000원밖에 하지 않아 자연스레 공유 자전거 이용이 보편화됐다. 자전거 대여·반납 지점도 거의 제한이 없어 도시지하철 , 어지간한 건물 앞에서는 모두 자전거를 빌리고 반납할 수 있다.
장보기, 외식, 쇼핑 역시 ‘플랫폼 천국’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편리한 건 배달이다. 배달비와 최소 주문 금액이 없다시피 하며, 배달 품목은 외식과 장보기를 넘어 의약품, 주류, 전자제품까지 아우른다. 하루는 발목을 다쳐 발목 보호대를 사야 했는데, 배달 앱에 들어가 제품을 고른 뒤 딱 제품 가격만큼만 결제하니 30분 만에 종이 가방에 담긴 발목 보호대가 현관문 앞으로 왔다. 베이징에 와서 하루만 지내봐도 이곳이 배달 천국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베이징 리두의 한 카페에 주문·결제 큐알코드가 부착돼 있다. 베이징에서의 식음료 주문·결제는 대부분 QR코드 스캔으로 이뤄진다. 카페나 식당에서 종업원과 대화 한번 하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베이징=이은영 특파원
식당과 카페에서는 메뉴판을 보며 직원에게 직접 주문하는 일이 잘 없다. QR코드로 모든 것이 통한다. 테이블에 부착된 QR코드를 스캔하면 모바일 메뉴판이 등장한다. 주문부터 결제까지 여기서 해결한다. 가격대가 있는 레스토랑에 가면 종업원과 대면할 일이 많지만, 결제는 역시나 QR코드 스캔이다. 외식 플랫폼에서 식사권을 할인받아 구매한 뒤 발행되는 QR코드로 결제하는 방법도 일반적이다. 한 대형마트에선 QR코드를 넘어 안면 인식 결제도 가능했다.
승차 경험도 크게 달라졌다. 어디서든 승차공유 앱 ‘디디’를 부르면 5분 내로 차량이 도착한다. 디디의 네비게이션은 오차 없이 정확하고, 신호등 상황도 볼 수 있다. 이용자 보호 정책도 촘촘하다. 기사가 길을 돌아가면 알림과 함께 초과 부과된 요금을 할인해주며, 차량이 한자리에 너무 오래 머물면 위급 상황이 발생한 것이 아닌지 묻는다.
기자가 체감한 10년간 중국의 변화는 강산이 새로 솟은 듯했다. 코로나19 등 외부 변수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정부 주도의 기술 생태계 확장과 국민의 빠른 수용력이 만든 변화였다. 옆 나라가 주는 교훈은 작지 않다. 그러나 중국의 변화상을 전하면 “중국 소식은 궁금하지 않다”는 냉소나 맥락 없는 비난이 돌아오는 일이 잦다.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는 반중 집회가 열린다고 한다. 혐오는 어떠한 교훈도 남기지 않는다. 타산지석이든 반면교사든, 얻을 건 얻어야 한다. 감정보다 현실에 주목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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